7월16일 새벽6시에 조선중앙통신은 15일(일요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이영호를 신병(身病)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동 통신은 이영호 경질을 발표하면서 “남한과 미국의 지령을 받고 북한에 침투한 테러범을 적발했다.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조직문제가 취급됐다.”고 부언했다.

그가 신병관계로 해임되었다고 하나 지난 7월 8일 김일성 사망 18주기를 맞아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을 김정은 바로 옆에서 함께 참배했으며 올 들어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32차례나 따라다녔음을 고려하면 신병보다는 7월 8일부터 7월 15일 간 일주일사이에 권력층 내부에 엄중하고도 긴박한 일이 벌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번 이영호 총참모장의 해임조치는 과거 주요 실세들의 해임인사와는 여러모로 다른 모양새다.

우선 일요일인 15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해임을 결정한 뒤 다음날 새벽 6시에 발표했다는 점이다.

일요일에 회의를 열어 해임한 것은 평일일 경우 이영호의 예하 군부대 조직들이 정상적인 출근근무를 하므로 예기치 않은 반발을 차단하기 위함이며 월요일 새벽에 방송으로 보도한 것은 해임을 기정사실화하여 출근 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면 그는 어떤 과오를 저질렀을까?

동 통신이 이영호의 과오를 공표하지 않았지만 경질을 발표하면서 “남한과 미국의 지령을 받고 북한에 침투한 테러범을 적발했다.”고 보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가 테러범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가 전혀 무고함에도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도 있고 예하 군부대에서 테러범 사건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북한군 내에 남한과 미국의 지령을 받고 테러범이 침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므로 자생적인 반체제 군인들이 김정은의 시찰방문 시 테러(암살)를 모의한 혐의를 총정치국에서 입수했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노선변화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희생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장성택과 최용해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개방 프로그램에 군부강경파를 대표하는 이영호가 반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2009년 1월 김정은이 후계자 내정된 직후 발탁된 이영호와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이 군부강경파의 대표주자로 2009년 이후 북한의 대남강경 조치들은 대부분 이들이 주도했으며 지난 2월 핵합의를 깨고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도 이들이며,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영양지원 24만t도 못 받게 되었고 나아가 김정은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 지도부의 ‘핵실험 포기’ 압박에 대해 강경대응으로 김정은의 신임을 잃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그들이 강경파가 된 것은 군의 속성상 충성심을 보이기 위함이지 반역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이견조정은 김정은의 몫이므로 중벌을 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따라서 테러와 연관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처벌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발표문을 보면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을 뿐만 아니라 당원자격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발표문은 “이영호를 신병(身病) 관계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라며 ‘이영호 동지’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있다.

이는 당원자격의 박탈을 의미하며 당원자격 박탈은 사법처리를 위한 수순인 것이다.

보시라이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었지만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원자격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보시라이 동지’로 호칭되었다. 이영호는 보시라이보다 훨씬 직책과 서열이 높았음에도 ‘이영호’로 호칭된 것은 그가 이미 숙청되었음을 기정사실화 한 증거이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면 권력기반이 흔들리지만 죄를 지은 사람을 그것도 높은 사람을 처벌하면 권력기반은 더욱 강화된다. 강경파의 처벌로 온건파의 목소리는 높아질 것이며 이를 빌미삼아 김정은은 개혁․개방정책의 장애물 한 개를 제거하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