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6자 회담 시간과 장소가 잡히지도 않았는데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발표에 고무되어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여기서 결정된 대북 지원 내용을 대국민 성명 형식으로 발표하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는 6자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도출되리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1년 이상 지연되어오던 6자 회담이 북한의 일방적 복귀선언으로 재개되는 듯 한데, 북한이 6자회담 참가 전제조건으로 내놓은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취소 및 사과'를 미국이 일축하였음에도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말을 취소한 것으로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여 회담에 복귀한 모양인데, 진정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일까?

외신보도에 의하면 이번 성사의 막후 공로로 힐 차관보의 외교적 수완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외곽지원을 꼽고 있다.
힐 차관보는 지난 6개월 간 북한과 치열한 물밑 접촉을 하며 회담 복귀를 촉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외교안보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행정부 외곽에서 힐 차관보를 지원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달 미-북간 뉴욕채널을 통해 접촉할 때 조지프 디트라니 대북 협상 대사와 함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들을 위한 만찬을 주선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핵문제가 유엔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현실을 중국이 북한에 강력하게 상기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유엔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미국의 물리적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며 여기에는 중국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줄기차게 체제보장을 요구했고 미국은 완전하고도 돌이킬 수 없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에서 한발 더 나가 영구적 폐기를 주장하며 여기에는 어떠한 전제조건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복귀한 것은 그만한 현실적 문제가 작용했으리라 본다.

그 첫째가 시간을 끌어봐야 미국이 양보는커녕 압박강도만 높이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3개회사와 거래하는 외국기업이나 단체나 정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 바 있다.

둘째는 노무현 정부의 입이 째질 만큼 화끈한 대북지원 약속이다.
당장 가을 추수 전에 굶어 나자빠질 머리수가 얼마가 될지 전전긍긍하는 차에 정동영 장관이 지난 달 방북하여 쌀 50만톤을 김정일에게 바칠 것을 약속했다.
이외에도 소위 '미니 마샬프랜'으로 알려진 대북 지원 약속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쌀 50만톤은 역대 최대규모이며 창고에서 꺼내주는 게 아니라 우리도 사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송비 등을 합치면 1750억원 정도 소요된다.

이번 회담이 상호 바라는 방향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미국은 북핵 제거라는 명분을, 북한은 체제보장이라는 소망 외에 엄청난 실리를 챙기게 되며, 그 실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 세금으로 가져다 바쳐야할 판국이다.

회담이 지지부진하더라도 미국은 성의를 다했다는 명분을, 북한은 핵공갈 한마디로 1년치 식량을 챙기고 시간을 벌어 결과적으로 이래저래 한국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을 당하게 되니 언제부터 우리국민의 처지가 이 모양이 되었나???!!!!

배성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