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同族내 전쟁은 그 잔혹성에 있어 세계전사에 찾아보기 힘들만큼 참혹한 전쟁으로 유명하다.
<아코디온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밀고 밀리는 이 전쟁은 먼저 북한이 한반도의 남단 釜山에서 멀지 않은 낙동강지역까지 점령했다.
유엔 安全保障理事會가 북한의 침략을 비난하고 서울을 수도로 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돕기 위해 달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의 진격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침내 승리를 목전에 둔 북한 인민군은 맥아더에 의해 분쇄된다.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는 1950년 9월15일 仁川에 대담하게도 敵前上陸을 감행, 적의 배후를 치는데 성공했다.
이때 인민군은 완전히 패주하는 듯 보였다.
유엔군과 한국군은 드디어 平壤을 해방하고 10월 25일 韓滿국경 압록강까지 다달았다.
여기서 돌연 20만이란 대병력의 中共軍이 義勇軍의 이름으로 출현하게 된다.

전쟁의 풍향은 바뀌었다. 이번에는 유엔군측이 후퇴할 차례다.
1951년 1월 4일에 서울을 다시 북에 내준 후 전선은 잠시 38도선 남쪽에 머문다.
1951년 겨울 혹한기를 지나고 마침내 유엔군은 서서히 북상을 개시한다.
국군과 유엔군이 38선에 도달한 것은 그 해 봄이었다.
전쟁은 여기서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다른 모습을 띄기 시작한다.

1952년 2월 이후 중공과 북한은 무방비 상태의 주민들에게 미군이 세균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제공산주의 진영의 매체들이 가세하여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여론을 비등시켜 자유진영 측의 전의를 꺾으려고 꾸며낸 공산 측의 모략은 나름으로 효과를 보아, 유엔군의 90퍼센트를 차지한 미군이 참전하는 이 전쟁에 반전 무드가 미국에서부터 일기 시작했다.

미 육군 참모총장을 역임하고 퇴역했다가 1941년에 다시 현역 복귀하여 미국 태평양지구사령관으로 2차 대전을 치루고 한국전까지 떠 안은 유엔군 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원수는 한국전 수행전략을 둘러싸고 트루먼 대통령과 의견충돌을 빚고 워싱턴으로 소환된다.
그는 1951년 4월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半世紀가 넘는 군 복무를 마감하는 고별연설을 통해 생애 마지막 공산군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것을 못내 애석해 하며 저 유명한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는 군가의 한 대목을 인용하고 옷을 벗었다.

맥아더의 후임으로는 15년 후배인 순종적 기질의 마테우 B. 리지에이 대장이 왔다.
전선은 38선을 북상한 지점에서 교착되고 소모전 양상을 띄게 된다.
세계 제2차대전시 유럽전선에서 공수사령관으로 용맹을 떨친 리지웨이 대장 휘하의 유엔군은 서부전선은 38선 이남의 개성까지를 양보한 채 중동부 전선은 38선을 훨씬 북상한 거진·철원을 확보한 가운데, 면면히 이어온 휴전협정을 맺게된다.

1951년 유엔 소련 대표 말리크에 의해 최초 제안된 한국전 휴전회담은 한국민과 이승만 대통령의 완강한 반대에 불구하고 2년여만에 현 휴전선이 지나는 이름 없는 마을 板門店에서 1953년 스탈린 사후 7월27일 타결되었다.
결국 오판에서 비롯된 김일성의 무력침략은 3백만의 인명과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만 남긴 채 수포에 그치고 동족간 불신의 골만 깊게 팠다.
그리고 38선 대신 4천 미터 폭의 비무장지대(DMZ)라는 휴전선이 150마일 동서로 뻗고, 남북 양측에는 重武裝 要塞가 서로 마주하게 되었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당시 예의 사르트르는 한국전쟁의 책임은 남쪽에 있다고 비난하였으나 오늘날 이런 주장은 失笑를 살뿐이다.
미소 兩極간의 <冷戰>을 분쟁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구체성을 결하지만 여전히 서울에서는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한국민족의 역사적 책임을 간과하기 쉽다.
분명히 전쟁을 허락한 것은 스탈린이지만, <미국 지배하의 미운 서울의 파시스트 체제?>에 대해서 처음 싸움을 걸어온 자는 같은 동족의 하나인 김일성말고 누구인가.
미소 양대국은 한국인끼리의 대립에 이데올로기적 배경과 무기를 공급해 준데 불과하다"고 프랑스 저술가 피에르 리굴로는 주장한다.

두 개의 중무장 요새는 어떤 것인가?
남은 초기 강권독재체제를 하였으나 자유민주주의와 경쟁원리를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체제의 개방형 국가를 지향한 보편적 민주국가인 반면, 북은 아이러니 하게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DPRK)>이란 이름을 붙였으나 '隱者의 王國' 답게 설립이래 60년 간 오늘날까지 폐쇄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특수사회주의 국가라고나 할까, 세계사에 흔치 않은 1인 독재 요새임에 틀림없다.

북한은 당초 적어도 사회주의 진영 내에서는 꽤나 신망이 있었다.
소련은 2억 5천만 달러를, 중국은 3억 6천만 달러를 북한에 원조했다.
공업생산은 증가하여 1957년부터 1960년까지 매년 45%씩 성장했다고 밝혔다.
공식 숫자는 다소 과장되었다 치더라도 아무튼 생산증가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인민은 국가건설에 용서 없이 끌려나가 혹사당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
북한 노동당 내에는 인민의 이 같은 희생에 대하여 이의를 주창한 중요인물도 있었다.

간 큰 그런 사람들은 북한에서는 예외 없이 파멸의 길을 걸었다.
마침내 북한도 소련이나 다른 공산국가에서는 이미 마무리된 숙청과 반대파의 재판을 경험하게 된다.
1953년 7월 말, 당 최고간부가 제재를 받았다. 당중앙위원회 서기, 내무성과 선전성 등의 책임자들이었다.
1955년이 되면 외무상 朴憲永이 체포되어 미제간첩 누명을 씌워 사형이 선고된다.
1956년과 58년에는 또 다른 인물들이 숙청의 길을 뒤따랐다.
이러 저러한 종파분자들이 흐루시초프식 수정주의를 시도했다든가 혹은 중국과 결탁했다는 등의 혐의로 고발되었다.
1960년, 1967년, 1969년, 1972년도 숙청의 해였다.
여기서 누가 어떻게 숙청되었는가를 일일히 거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런 사실들이 있었다는 포괄적 증언만으로도 북한의 생태를 아는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對南工作事業을 담당하고 있던 許鳳學이 숙청되고, 政治局의 朴金喆도 투옥되었다.
1970년대에는 정치국의 고참들이 수용소에 보내지는 등 혐의를 받은 간부들의 자식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잇달았다.
이러한 상황은 1980년대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1997년 9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서기의 한사람인 徐寬熙가 17명의 다른 당 간부들과 함께 공개처형 되었다.
농업문제를 담당했던 徐는 북한을 엄습한 식량난의 책임을 진 스케입고트(대리희생자)로 희생된 것이다.

이와 같은 행태로 미루어, 북한은 처음부터 공산주의 블럭 국가의 동업자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전후 복구사업에 열성을 보인 김일성은 1957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월혁명 40주년기념식에 참석, 소련으로부터 기술자들을 비롯한 기계, 설비, 면, 석유 등 많은 원조 물자를 받아온다. 

- 후 속 -

華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