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콩들의 지하 벙커

중 소 이념논쟁이 발발했을 때 북한정권은 태도를 분명히 하려하지 않았다.

1960년대 중반이 되면서 김일성은 소련의 지도부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모택동을 택했다.

당시, 소련은 사회주의국가의 대외정책을 서방과의 평화공존으로 되돌려 놓고, 배반자 티토가 이끄는 유고슬라비아와 동맹을 맺었다고 중공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김일성은 소련과의 단절도 피하면서 독자로선을 걷는다.

한편 그는 공산주의 운동이 하나의 중심축을 필요로 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말하자면 공통된 모든 테제에 대해 공산주의 국가 모두가 의견을 같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북한은 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미묘하리만치 독자성을 띄게 된다.

김일성은 전쟁의 위험 따위는 개의치 않고 스스로의 悲願의 길을 걷게 된다.

결과, 2개의 한국으로 나뉜 비무장지대 곳곳에서 무력도발을 증가시켜 갔다.

1968년 1월에는 31인조의 특수게릴라를 휴전 넘어 서울까지 침투시켜 대통령 관저 청와대를 습격하는 대담한 전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특공대원은 1명을 제외하고 전원 사살되고 말았다.

이것이 유일한 생존자 金信朝 일당에 의해 감행된 1.21사태이다.

몇이 죽고 몇이 사느냐 따위의 계산은 일반적으로 공산주의자들에게는 한낱 사치스런 관념일 뿐이다.

김일성은 그마저 초월한다.

북한에서 사람의 목숨은 마치 광신적 종파 敎主에게 바쳐져야하는 한낱 제물 같은 것이다.

서울의 전화국에 대한 테러공격도 감행되었다.

1968년 1월에는 미국의 비무장 정찰선 푸에불러호가 북한의 동해 연안에서 나포되기도 했다.

1966년 11월 2일 평양을 방문한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와 오스왈드 돌티커스와의 공동제안에 따라, 김일성은 베트남에 지원병을 파견하겠다고 胡志明에게 제의한 바도 있다.

6.25휴전 후, 끊임없이 막강 군사력을 배양한 김일성은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思想>까지도 차별화할 것을 바랬다.

새로운 철학이 노동당에 불어넣어져 黨은 서서히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포기한다.

1970년 11월, 黨規約에 정식으로 채택된 主體思想이 그것이다.

그런 <주체>라는 것은 국가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순투성이의 규범이나 슬로건을 짜맞춤한 것이다.

주체사상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극복과 외세의 영향으로부터의 독립, 나아가 자력갱생 선언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당사자인 북한은 당시 중국과 소련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었다.

주체사상에서는 조선의 독자성, 그리고 인간의 의지가 高唱되고 있다.

그런데 그 意思는 지도자에 의해서만 표현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개인 주체성의 본고장이라고 주장하는 자 과연 누구인가?

북한에는 또 하나 커다란 이데올로기 기둥이 있다.

목표도 없는 距離를 일순에 주파한다는 날개달린 전설 속의 말에서 이름을 따온 소위 <千里馬>운동이 그것이다.

이것은 독재자가 민중에 내건 인민참가형의 개발계획의 한 典型이었다.

확실히 소련의 흐루시채프도 중공의 모택동도 하물며 이처럼 詩的이지는 않으나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흐루시체프는 소련의 공업생산이 15년 내에 영국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내걸었고, 모택동은 중공의 저 유명한 <大躍進>을 선언하고 전 인민을 인민공사라는 우리에 잡아넣었던 것이다.

북한의 변덕 떠는 이데올로기, 그리고 김일성과 뒤를 이은 아들 金正日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한 열광적인 崇拜노름은 기술 발전이나 과학적 창조성을 촉구하는 실용적 이데올로기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국력을 이렇게 헛되이 낭비하고도 인민들의 밥상에 흰쌀밥이 올라가리라 기대를 했는가라고 지금 인민들은 묻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는 데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사회주의경제에 고유한 하나의 필수 조직이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소련과 중공으로부터의 원조도 끊기고 국가의 고립과 주체농법을 고집하는 부한 땅에 기후의 불순이 닥친 것이다.

뒤에 기다리고 있던 경제붕괴는 필연의 결과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 같은 국가적 재앙을 겪으면서도 북한정권은 승리만을 외쳤다.

1971년부터 76년까지의 6개년계획은 예정보다 18개월 앞당겨 달성하여 1970년부터 74년까지 국가 수익은 70% 증가하고 물가는 30% 내렸다는 등 허황된 거짓말만 늘어놓았다.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주장이었다.

국제수지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다.

외채상환 기한 연장을 둘러싼 협상을 수도 없이 거듭하면서, 북한은 오늘날 쓰고 있는 지연전술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협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협상을 끌면서 시간을 벌고, 그간에 현물원조를 받고 다시 협상을 계속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화 테이블을 써먹는 전술이라는 것이다.

다급해진 북한정권은 인민들을 애국외화벌이 작업에 내몰아 금 캐기, 송이버섯 따기 심지어 폐품 모으기 등 온갖 캠페인을 벌인다.

1975년이 되면서는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에 의한 밀수 등 마피아 뺨치는 수법으로 국제사회가 어지럽게 된다.

북한의 재앙이 국경을 벗어나 해외에까지 파급되는 현상이었다.

華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