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자금'으로 검찰에 소환된 손길승회장이 이틀째 검찰의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3일 검찰은 손 회장을 조사한 결과 2천억원대에 이르는 비자금의 규모를 확인하고 이 돈의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손 회장을 상대로 지난 2천년에서 2천1년 사이 SK해운의 분식회계를 통해 2천억원대에 이르는 자금을 장부상에서 누락시킨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간 정황을 상당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는 손 회장도 대부분 시인하고 있어 구체적인 비자금의 성격과 정치권 유입에 대한 사실 여부 추궁이 이루어지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의 조성시점 등을 볼 때 지난 2천년 총선이나 지난해 대선 직전에 비자금의 일부가 정치권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그룹이 구여권 인사 2명에게 각각 20억원씩을 제공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는 등 여야 정치인 5-6명에게 모두 백억원 정도가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정황을 확보하고 손 회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구하고 있지만, 손 회장은 정치권에 전달한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손 회장에 대한 1차 조사를 일단 오늘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손 회장을 일단 돌려보내고 다음에 불러서 사법처리를 할지, 아니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조사를 계속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사법처리 해야 한다는 검찰 내 의견이 만만치 안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손 회장이 재계의 얼굴인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법처리는 이번 주 중에 결론을 짓고 다음주 중반부터는 SK에서 대가성 있는 돈을 받은 정치인들을 모두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김경재 기자 kimkjae@massmedi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