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526호실은 48개 방청석은 물론 사람이 설 수 있는 공간은 숨쉬기조차 거북할 정도로 방청객으로 빈틈없이 메워졌다.
판사가 입정하기 전에 윤정상 노타연 대표가 이에 항의하여 “강정구 재판은 국민적 관심사항이니 넓은 법정이 없나? 왜 이렇게 좁은 곳에서 여느냐?”라고 큰소리로 항의하자, 다른 한쪽에서 “조용히 하라”라는 맞고함이 터져 나오는 등 재판시작 전부터 기세싸움이 시작됐다.

오후 3시가 되자 강 교수가 노랑색 평상복 한복 윗저고리에 하늘색 핫바지 차림으로 피고인 석에 앉자, 이어서 판사가 입정하여 착석하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판사가 먼저 피고인측 변호사에게 심문을 명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변호사가 강 교수에게 “외세의 개입이 없었다면 한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건국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의 논거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강 교수는 낮은 목소리로 강의하듯 설명을 시작했다.
재판이 대학교 강의로 착각될 정도로 강 교수의 지루한 설명이 계속되자 판사가 간간이 요지만 말하라고 제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강의(?)는 계속되었다.
1시간이 계속되자 참다못한 멸공산악회 이영민씨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라”고 큰 소리를 질러 판사에 의해 피고인 실로 유치되었으며 본안재판이 끝나자 유치재판이 열렸으나 판사의 훈방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1시간 20분만에 정회가 선언되자 복도에서 애국우익과 강 교수 지지자들 간에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애국우익 쪽이었다.
재판이 끝난 후 승강기로 이동할 때 경찰관들은 양측이 함께 승강기를 타지 못하도록 떼어 내느라 애를 먹었다.

강 교수 지지자들이 탄 승강기 문이 닫히자 애국우익 회원들은 “빨갱이 잡아라.”고 하면서 계단을 따라 뛰어 내려갔고, 법원입구 민원실에서 마주친 양 진영간에 멱살잡이가 벌어지는 등 충돌은 계속되었다.
겁을 먹은 듯 대학생으로 보이는 강 교수 지지자들이 잔디밭을 가로질러 뛰어가고, 그 뒤를 애국우익 젊은이가 쫓아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에 앞서 진행된 재판은 강 교수의 주장을 전하는 강의실이 되어 버렸다.

이날 강 교수는 “1차 서해교전은 한국이 먼저 공격했다. 우리해군이 먼저 밀어내기를 했으므로 남쪽이 선제공격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남한이 먼저 밀어내기식 선제공격을 했다. 기관총은 북한이 먼저 쐈지만, 포격은 남한이 먼저 했다. 2차 서해교전은 북한의 우발적 사건이라고 연합사가 발표했다. 미 국무부도 상호교전이 있었다 라고 발표했지 북한이 도발했다고는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서해교전의 원인은 북한과의 합의 없이 이뤄진 NLL 때문이며, 국제 해양법에 따르면 12해리를 영해로 하기 때문에 이 지역은 북한의 영해다. 실효적 지배론은 남쪽만의 주장이지 북한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해5도에 관해서는 동독 내의 섬인 서 베를린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주고 들어갔듯이 서해5도에도 통행료를 주고 들어가는 협상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 라는 주장을 펴 사실상 북한의 서해 통항로 주장을 지지했다.

“NLL은 우리 세력이 북으로 쳐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UN군사령관이 북한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경계선인 만큼 북한에서 넘어와도 국제 해양법과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외세의 개입이 없었다면 한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탄생되었을 것이다. 미 군정청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해방당시 한국국민의 95%가 사회주의를 선호했다. 6.25는 통일전쟁, 즉 내전이지 침략전쟁이 아니다. 침략전쟁은 주권국가간 전쟁이지만 당시 북한은 유엔과 한국으로부터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가 아니었다. 미국은 통일전쟁에 개입하여 통일을 막았다. 통일전쟁주장을 굽히면 학자로 자격이 없다.”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또 “6.15선언을 지지한다고 적화통일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고려민주연방 통일방안과 낮은단계 통일방안은 다르다. 미국과 중국간에는 신냉전이 시작되고 있다. 신냉전이 깊어지면 통일은 물 건너간다. 그 이전에 6.15통일을 실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많은 논란을 몰고 왔던 ‘6·25는 통일전쟁이다.’ 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쟁주체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통일을 목적으로 한 것 아니냐? 北도 마찬가지고 南은 물론 유엔군도 전쟁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통일 아니었냐? 더불어 내전이지 침략전쟁은 아니다. 북한은 당시 국제법상 주권 국가가 아니었으므로 침략전쟁이란 용어가 성립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또 "진실을 가르치는 사람이 爲鹿指馬할 수 없다. 6.25는 분단 때문에 일어났고 분단은 미국이 했기 때문에 미국은 6.25의 원인제공자이다. 김구는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분단을 막으려했다. 6.25의 책임에 대하여 역사학자는 사람중심으로 기술하고, 사회과학자는 구조적 측면에서 분석한다. 따라서 6.25는 어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전쟁이 잉태되어 있었다. 6.25는 친일외세세력과 자주세력, 기득권세력과 개혁세력간에 응축과정에서 일어난 전쟁이지 어느 개인이 일으킨 전쟁이 아니다. 만약 미국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한 달 안에 통일이 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라고 김일성의 6.25책임론을 부정했다.

가입한 단체들이 反美단체 아니냐는 지적에는 "반미가 목적이 아니라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단체라고 하고 평화통일에 장애가 되는 요소에 비판을 하다보니 반미도 끼어있을 뿐이다. 자신의 대외활동은 학문의 수단이고 방법이다. 선비의 덕목은 知行合一이므로 행동해야한다. 외부활동은 모두 다 평화와 통일에 관한 것이다. 맥아더를 비난했다고 하나 ‘맥아더를 아나요’라는 방대한 논문이 있는데, 모두 근거가 있다. 가입한 단체는 반미단체가 아니고 평화와 통일 활동단체이다. 주한미군은 평화와 통일에 반하므로 당연히 철수해야 한다. 효순이, 미순이 살해사건도 인권차원에서 볼 때 반 인권적이므로 주한미군은 철수를 주장한 것이다. 냉전성역을 허무는 것은 평화통일로 나가는 이 시점에서는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에 이를 자신의 학문적 좌표로 생각한다. 또한 단순히 연구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실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라고 역설했다.

자신의 주장들이 실정법인 국가보안법에 위배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국가보안법은 반평화 반통일 반민주적 악법이기 때문에 철폐해야 한다. UN도 철폐를 권고한 적이 있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므로 위험부담을 고려는 했지만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의지를 꺾지는 않겠다. 민족대단결 주장은 논문이나 강연에서 주장한 적이 없다. 적화통일이나 서독식 통일은 모두 흡수통일이다. 흡수통일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판이 재개되자 1시간이 넘는 동안 강 교수의 강의(?)는 계속되었다.
그는 물을 연거푸 마셔 한 병을 비웠다.
강 교수에 대한 다음 재판은 31일에 재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