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논문 표절의혹에, 동일논문 중복게재에 이어 용역보고서까지 학술논문으로 재탕시킨 사실까지 밝혀졌다.

사태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자 그가 실제로 쓴 논문이 몇 편이냐는 반응도 나온다.

김 장관이 학술진흥재단에 자신의 ‘연구발표 실적’이라고 올린 논문은 모두 45개.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15번‘지방의회의 개혁 : 구성과 운영’과 37번 ‘정보화 사회에서의 지방정치와 시민 Teledemocracy’이다.

15번 논문은 그가 교수 시절인 1998년 5월(봄호) 한국행정연구에 발표한 ‘지방의회의 구성과 운영’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논문이 같은 해 12월 국민대 학술지 사회과학연구에 ‘한국 지방의회의 개혁방향과 과제 - 구성과 운영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거의 그대로 전재됐다는 점이다.

제목만 한글로 바뀌고 수정됐을 뿐 목차, 각주, 참고문헌, 표 등 모든 내용이 같았다.

다른 점은 요약문이 추가된 점, 서문(문제의 제기: 지방의회에 대한 기대와 현실) 마지막 부분에서 그해의 지방선거와 관련된 일부 문장이 빠진 점 등 극히 일부였다.

김 장관은 또 1995년 5월에 발간된 한세정책의 한세포럼 편에 ‘정보화 사회와 참여정치’란 발표 논문을 실었는데, 이 역시 1994년 12월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에 실린 37번 논문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덮어씌운 것이었다.

한세정책 발표논문 17페이지 가운데 ‘Ⅲ 대안 텔레데모크라시’와 ‘Ⅳ 맺음말’ 등 7페이지는 국민대 논문 ‘정보화 사회에서의 지방정치와 시민 Teledemocracy’의 71~83페이지에서 일부 사례를 제외한 주요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

이 중 ▲앞으로의 전망과 문제점 ▲맺음말 단락은 아예 똑같다.

사회과학연구에 실린 내용을 옮겼다는 각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편 다른 기관에서 연구비를 받고 쓴 논문을 두뇌한국(BK)21 사업의 실적으로 보고해 결과적으로 연구비를 이중으로 받은 것도 드러났다.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예산을 중복해 받은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김 부총리의 도덕성이 크게 추락하게 됐다.

김 장관은 1999년 8월 다른 연구자 2명과 함께 서울시의회로부터 1830만원 규모의 연구 용역을 받았으며,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에 따른 자치 입법적 대응방안’이란 제목의 150쪽짜리 연구보고서를 작성해 같은 해 12월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김 장관은 2001년 2월 이 보고서를 ‘권한이양촉진법 제정에 따른 권한이양 절차의 변화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방안 : 자치 입법적 대응을 중심으로’라는 20쪽짜리 논문으로 요약해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소의 학술지 ‘사회과학연구’에 게재했다.

김 장관은 또 BK21 사업 시작 전인 1998년 8월 한국지방정치학회보에 실린 ‘공익적 시민단체의 정책적 영향력에 관한 연구 : 지방자치제도 관련 활동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2000년 2월 ‘사회과학연구’에 제목만 약간 바꿔 게재한 뒤 BK21 사업 보고서에 실적으로 올렸다.

이로써 김 장관이 BK21 사업의 실적으로 보고한 논문 8편 가운데 절반인 4편이 이중 게재 및 이중보고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같은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버젓이 게재하는 행위는 학자로서의 기본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며 “학문적으로 치욕스런 행위를 해 행정학회의 명예를 훼손한 만큼 학회 회원부터 스스로 탈퇴해야 옳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권과 시민사회 단체의 사퇴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좌파성향 단체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도 김 부총리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민교협은 28일 긴급성명을 통해 “그의 동일 논문의 중복발표행위는 연구윤리 문제를 철저하게 지도·감독해야 할 주무부서의 수장에게는 심각한 결함”이라며 김 부총리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학사모)는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김 부총리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김 부총리와 교육부의 책임 있는 대응이 나올 때까지 지역대표들이 돌아가면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리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등 야 3당도 논문표절의혹에 이어 논문중복제출 시비로 물의를 빚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28일 현안 브리핑에서 김 부총리의 논문중복제출 시비와 관련,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논문표절 의혹도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학자로서의 양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 밝혀졌다.”며 “도덕적 논란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학자로서는 물론 교육부 수장으로서도 부족하다는 게 확인됐다.

신뢰성에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는 김 부총리는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전여옥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교수는 논문으로 말하는데 똑같은 논문을 중복 게재하고 제자의 논문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어떻게 더 이상 교육부총리를 할 수 있겠냐?”며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국가백년대계를 책임지는 교육부총리가 논문표절, 중복게재, 실적 부풀리기 의혹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며 "이제 김 부총리는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사퇴하는 것만이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교육이 할 일은 ‘관행과 편법’이 아니라 ‘원칙과 기준’”이라며 “교육부총리가 관행임을 들어 잘못을 묵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은 누가 봐도 ‘옳지 않은 일’이고 ‘비교육적인 일’이다. 청와대가 이 문제를 하찮은 문제로 취급하는 것에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고 논평했다.

김 장관의 ‘두뇌한국(BK)21’ 논문 중복게재에 이어 연구비 이중수령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김 장관이 처음부터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낼 의도를 갖고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면 형사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먼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정부지원금을 받아 낸 뒤 최종보고서에 담은 논문의 실적이 부풀려진 만큼 처음부터 정부를 속여서 지원금을 받아낼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김 장관도 “당시 조교가 연구실적 자료를 취합하면서 중복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연구책임자로서 실수의 책임은 있지만 고의는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할 때 어떤 명목으로 지원하기로 했는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지원을 할 때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명목을 정해서 지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논문을 갖고 지방의회와 중앙정부에서 이중으로 연구비를 타낸 게 사실이라면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같은 논문을 중복 사용했다거나 표절한 경우는 명백히 애초 정부의 지원 명목을 벗어난 사기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최종 보고서가 아닌 매년 보고하는 ‘중간실적 보고서’에 같은 논문이 수록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그 다음 해에 연구비를 더 많이 타내기 위해 실적을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사기의도가 더욱 짙어진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퇴를 거론할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부총리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