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50일째 시달리던 포항시민들이 마침내 ‘대반격’을 시작했다.
18일 포항종합운동장에 무려 4만여 명(경찰추산 2만 명)이 모여 불법 폭력시위를 규탄하고 포항 경제재건을 외친 것이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포항 전체인구(50만 명)를 감안하면 엄청난 것으로 1949년 포항이 시로 승격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민집회였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태풍 ‘우쿵’의 영향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지역발전협의회, 죽도시장상가번영회, 택시업, 미용업, 음식업 등 생계형 자영업계 등 128개 포항지역 각종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번 시민 궐기대회는 포항건설노조가 6월 30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지난달 18일 1차 집회후 두 번째 열린 것으로 한 달이 넘도록 지역 경제를 완전히 ‘거덜내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파업사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시민들의 울분이 폭발한 자리였다.

범시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권오봉(55세 식당업) 씨는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이후 운영 중인 식당의 월평균 매출액이 100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젠 더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영자(49세 식당업)씨는 “파업 기간동안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 허구한 날 돌 던지고 싸우는 건설노조의 꼴을 두고 볼 수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노조원을 불러들여 포항을 폭력의 도시로 만들었다. 무섭다고 울먹이는 6살 딸아이를 보면 착잡하다. 평화로운 포항은 언제쯤 올 것인가”, “관제(官製) 데모라는 말은 누구 입에서 나온 말인가. 포항 시민들의 분노를 진짜 모르는가?”라며 하소연했다.

김상출 포항북부 해수욕장 상가번영회 부회장은 “지역경제와 포항 시민을 철저히 무시한 건설노조 내 강경세력들의 불법 폭력행위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죽도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피해보상 청구 등 생존권을 찾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불법시위, 폭력시위 포항경제 다 망친다.’, ‘노조권익 외면하는 정치노조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적힌 수십 개의 플래카드와 수백 개의 피켓 등을 흔들며 건설노조의 파업중단을 촉구했다.

포항상의 최영우 회장은 대회사에서 “포항은 조국 근대화의 중심 도시이자 우리의 아버지, 형님들이 피땀 흘려 이루어 놓은 세계 최고의 철강도시”라며 “이런 포항을 위협하는 불법 폭력시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 “외부 세력이 이번 사태와 무관한 울산과 전남 광양 등지의 건설근로자를 불러들여 포항을 전국적인 시위의 장으로 만들고 지역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불법 폭력행위를 시민들이 나서서 강력히 막아내자.”고 말했다.

포항지역발전협의회 김영길 수석부회장은 “수많은 방문객을 맞아야 할 포항, 세계적 철강업체로 경쟁력을 키워야 할 포스코의 꿈은 불법파업과 시위 앞에 텅빈 해수욕장, 찾는 이 없는 식당과 시장, 누구도 찾고 싶지 않은 위험한 도시로 무너지고 있다.”며 “포항 시민을 볼모로 포항 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는 망국적인 불법세력은 즉각 포항을 떠날 것을 경고한다.”고 규탄했다.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외부 불법 폭력 세력은 당장 포항에서 떠날 것,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교통대란을 일으키는 불법 폭력시위를 즉각 중단할 것, ▲건설노조 집행부는 노사 대표간의 합의안을 존중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태극기 등을 들고 대회장에서 형산 로터리를 돌아오는 2.5km 구간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한편 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 소속 노조원 1000여 명은 이날 같은 시간 포항시청 앞에서 시민들의 궐기대회에 맞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측은 “이번 궐기대회는 포항시가 관내 통장을 통해 주민들을 동원한 명백한 관제 데모”라고 주장하며 “포항시와 포스코의 배후조종으로 움직이고 있는 관변 단체들의 명분 없는 데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와 포스코 측은 “관제데모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시민들이 건설노조 사태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이라며 노조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앞서 포항상공회의소 최영우 회장 등 지역상공인 대표 100여명은 포항 근로자종합복지관을 찾아 건설노조원들에게 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요청하려 했으나, 노조원들의 거센 반발로 30분만에 자리를 떠야 했다.